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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9-11 08:34
로스 반 반 - 최고의 쿠바 살사 공연 다녀오다
 글쓴이 : 말하는 사…
조회 : 3,682  

지난 8월30일에 우연히 로스 반 반 (Los Van Van) 이라는 쿠바 살사 그룹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이 공연에 대하여 알고 간 것이 아니라, 파나마 대사관의 초대에 의하여 억지로 가게 된 것인데, 초대해놓고, 초대권도 안주고 20% 할인만 해주는 이상한 초대였습니다. 그래도 대사관 배려로 생전 처음으로 로얄석중의 로얄석에 앉아봤습니다. 앞줄 3번째 줄 한가운데 였으니 말입니다.

우리는 Los Van Van을 로스 반 반 으로 읽는데, 스패인 토종발음으로는 로스 판 판 으로 들리더군요.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2번이나 그레미상을 획득하고, 38년째 쿠바 최고의 살사 밴드로 이름난 밴드라고 하네요.

쿠바음악하면 거의 모두들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떠올리실 겁니다. 이 부에나 클럽은 1959년 쿠바혁명전까지 유명했던 그룹이고, 사실 밤 빈더스 감독이 만든 다큐먼터리 덕분에 세계적으로 뜬 경향이 있고, 실은 쿠바 국내에서는 이미 한물 간 낡은 세대 사람들이 과거의 향수로 연주하는 그룹으로 간주된다고 합니다. 반면에 로스 반 반은 1959년 이후의 세대를 대표하는 신형(?) 살사 그룹이고, 쿠바 국내에서의 인기와 음악성은 가히 최고라고 하네요.

저는 이런 사전 정보를 전혀 모르고 그냥 덜렁덜렁 갔었는데, 예술의 전당에 차를 주차하기 힘들 정도로 가득 메워지고, 사람들도 무척 많이 와서 매진이 된 것 처럼 느껴질 정도로 유명한 그룹이더군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안에 들어가니 거의 3분의 1 정도는 외국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외국인들이 많이 왔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에 이렇게 스패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와있었나 싶을 정도로 하얀 피부의 익숙하지 않은 스패인어가 곳곳에서 들리더군요.

공연이 시작된 후, 채 1~2분도 지나지 않아서 금방 열기로 달아오르더군요. 외국인들이 음악을 따라부르면 좁은 객석과 복도에서 살사를 추기 시작하는데, 살사를 잘추는 한국인들도 같이 추기 시작하고데 특히 한국 여인네들이 참 이쁘게 추더군요.

인터미션없이 거의 2시간이 넘는 공연동안 자리에 앉아있는 경우가 드물 정도로 관객과 연주자가 하나가 되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중간에 하도 목이 말라 시원한 맥주 한잔이 아쉬웠지만 도무지 쉬질 않고 계속 연주를 하니 도리가 없더군요.

음... 그런데 연주는 세계 수준일지는 몰라도 사운드 엔지니어는 세계 수준이 아니더군요. 장소가 크다보니 스피커와 앰프를 통해서 소리를 듣는데, 중역대가 완전히 빠지고, 저역대만 지나치게 강조되어, 연주자의 목소리는 거의 안들리고, 둥둥거리는 악기소리와 여성연주자의 높은 고역대의 소리만 가냘프게 들리는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역시 파나마 대사관 초청의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한국지사 사장이 공연 중간에 즉석으로 연주자의 메시지를 통역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이 마이크 소리조차 웅얼거리며 들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사운드 엔지니어 보니까 그리 늙은 사람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극단적으로 중고역대를 빼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분위기는 흥겨웠지만, 아무리 한물 간 그룹이라고 해도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익숙하고 듣기좋은 선율에 귀가 익은건지 우리 정서가 맞는건지, 별로 음악이 좋다는 느낌은 안들었습니다. 특히 연주자의 목소리는 안들리고 악기소리만 잔뜩 듣고 특히 싫어하는 저역만 둥둥거리는 연주였기에 더더욱 정이 안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의외로 흥겹고 재미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음악도 좋았지만, 외국인들이 좁은 공간에서 아름답게 살사를 추는 모습이 참 보기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