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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1-26 12:47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영화와 소설 비교
 글쓴이 : 말하는 사…
조회 : 4,972  

일반적으로 소설이 히트를 친 후, 영화가 따라나오는 패턴을 보여주는데, 대개의 경우는 영화가 소설만 못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소설에서 보여주는 세밀한 묘사나 등장인물의 심리 등을 영화에서는 제대로 보여주기 어려우므로 보편적으로 내용을 변경시켜 주요한 이야기만 따라가는 구조를 채택하여 결과적으로 같은 소재이지만 전혀 다른 내용이 전개되어 결과가 바뀌기까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패션을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요근래 인상깊게 본 패션 관련 영화들은 일본영화 "토키 타키타니"와 오늘 소개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정도랄까요?

다른 소설 기반의 영화와는 달리, 패션을 소재로 한 영화는 원래 내용의 깊이가 모자란 때문인지 아니면 영상의 미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영화의 장점이 확실히 발휘되서인지 모르겠지만, 영화가 더 좋았습니다. 토니 타키타니 에서도 제가 밑이 쓴 글에서 언급되었지만, 소설에서 아름다운 명품옷들에 대한 묘사와 이쁜 여주인공에 대한 묘사가 평면적으로 진행되어 마음에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만, 영화에서는 미야자와 리에의 묘한 섹시함과 아름다운 옷들이 결부되어 교통사고후 여주인공의 부재에 대한 상실감은 절실했었습니다. 이게 영상의 위력이겠지요.

마찬가지로 "악마, 프라다" 에서도 소설의 수많은 명품옷들에 대한 세밀한 묘사들은 제 패션지식의 모자람 때문이겠지만 그리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고, 미운 오리가 백조로 변신하는 과정의 모티브인 "지미 추" 의 구두가 상상이 안되더군요. 그러나 영화에서는 여배우의 화려한 변신이 그만 숨을 멈추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왔으며, 묘사만으로는 와닿지않는 멋있는 명품옷들의 일련의 향연에 그저 시선이 압도되어 정신없이 몰입되더군요.

그러나 "악마, 프라다"는 단순히 패션의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옮겼다는 데서만 영화의 장점이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원작을 뛰어넘어 훨씬 멋진 작품으로 개작되어 결과부분에서도 커다란 차이가 납니다.

소설에서는 단지 저자가 "보그" 잡지 편집장의 개인비서였던 경험을 기반으로 잔인한 비서생활의 고충이 적나라하게 그려집니다. 어찌보면 성질 드러운 보스에 대한 고발장을 소설의 형식으로 빌어쓴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솔직하게 예전 보스를 "까"댑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단순 고발이 아닙니다. 패션계의 비인간적인 경쟁과 질시의 틈바구니에서 개인의 인간성을 고결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박차고 나오는 한편의 인간승리의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소설에서처럼 못된 보스의 단점만 나열하다가 운좋게 작가로 성공하는 한 수 낮은 이야기를 오히려 넘어서, 인간을 이용만 해대는 못된 인간군상들을 초월하여 진정한 "사람답게 사는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결론부분에서 소설에서는 여전히 못된 보스와 그 밑에서 헤매는 또 다른 예전의 자기모습인 여비서의 불쌍한 모습을 바라보는 정도로 끝이 납니다만, 영화에서는 못된 보스의 약점인 인간적인 흠결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 보스를 인격적으로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보스가 차를 타면서 여주인공을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모습과 그 보스에게 손을 흔들고 방긋 웃어주는 여주인공의 환한 표정과는 대비에서 비록 물질적으로는 풍요한 삶을 누리는 최상류층의 보스를 능가하는 진실로 인간답게 살아가는 건강한 사람의 행복한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명품 껍데기에 둘러쌓여 영혼을 잃어버린채 살아가는 소위 "양아치" 들에 대한 승리선언이라고 까지 볼 수 있겠습니다.

영화를 꼭 한번 보실 것을 권합니다. 하지만 소설을 그리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독도서관에서 치열한 경쟁을 물리치고 소설을 빌려봤습니다만 영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단, 영화가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를 느끼고 싶다면 소설을 한번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런데 이 멋진 패션 소재의 영화가 정작 패션 전문가들에게는 악평을 받았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아름다운 옷들이 몇분 간격으로 보여지는 환상적인 영화였습니다만, 전문가들은 특정 브랜드와 특정 옷의 스타일에 편중된 잘못된 옷 선택이었으며, 특히 모자 위주로 악세사리가 보여지므로 다양하고 황홀할 정도의 아름다운 명품 세계를 제대로 그려낸 것이 아니라는 평가도 있더군요.

그래도 저같은 일반인들에게는 아름다운 영상입니다. 꼭 한번 보실 것을 권합니다.


신내섭 07-02-04 06:08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말하는 사… 07-02-08 09:44
 
  좋은 평가 감사드립니다.
신내섭 07-02-09 16:59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만, 울 와이프가 느닷없이 보고 싶다고 하길래, 서둘러 감상하느라, 플젝으로 못보고 거실 tv로 본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나중에 다시 플젝으로 볼 기회가 있겠죠...
 한가지 기억나는 것은, 동거하는 애인을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작업을 거는 다른 남자와 부담없이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에서는 약간 멍~~ 해지긴 했습니다...  ^^
말하는 사… 07-02-10 08:48
 
  저두 그 장면은 도저히 납득이 안갔습니다만, 소설에서는 그 작업남이 파리에서 자기 소유의 성에 보스와 주인공을 초청해서 어떻해든 해보려고 했었지만, 굳건한 의지를 가진 주인공은 사랑의 힘으로 유혹을 뿌리치고 나옵니다. 단지 너무 아쉬워하는 작업남의 볼에 뽀뽀 한번만 해주고 끝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하루밤을 보내죠. 아마 헐리우드 영화의 성격상 베드신 한번 꼭 나와야 흥행이 되므로 그렇게 삽입한 것 아닐까요?

그런데 이렇게 미화해서 해석해보죠. 한번 바람을 펴봐서 얼마나 기분이 찝찝한지를 알게되면 다신 바람 안피겠죠? 아닌가?

사실 영화에서 주인공과 동거했던 남친과는 결별상태입니다. 남친이 파리 가기 전에 결별을 선언했고, 동거를 더 이상 안하므로 사실상 주인공이 다른 남자와 데이트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 결함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다만 아직 마음에 남친이 남아있는데 느끼한 작업남과 하루밤을 같이 잔다는 것은 저라면 용납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항상 하는 말... 이쁘면 다 용서됩니다.^^